김상훈 변호사 / [한국경제] 독박부양 후 증여받은 재산...유류분 반환 대상 되나요?
김상훈 법무법인 트리니티 대표변호사 자녀가 여러 명이 있더라도 그 중 한 자녀만 부모를 부양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둘째 딸인 A씨는 자신의 어머니를 72세때부터 107세로 사망할때까지 34년간 어머니와 동거하며 나홀로 부양했다. A씨는 어머니의 치료비로 약 1억 2000만원을 지출하기도 했다.반면 다른 자녀들은 어머니와 교류를 사실상 단절했고, 피상속인에 대한 부양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 어머니는 자신을 극진히 부양한 A씨에게 고마움을 표기하기 위해 가지고 있던 부동산을 생전에 증여했다. 하지만 다른 자녀들은 A씨 사망 이후 자신들에게도 '유류분'이 있다며 반환 청구 소송을 냈다.○ 유류분이란?유류분이란 공동상속인 중에 피상속인으로부터 재산의 증여 또는 유증을 받은 특별수익자가 있는 경우, 공동상속인 사이의 공평을 기하기 위해 상속재산을 청구할 수 있는 권리다. (민법 제1118조, 제1008조)부모가 생전에 자녀들 중 한 명에게 재산을 증여한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증여는 상속분의 선급이 되어 특별수익으로서 유류분반환의 대상이 된다. 그렇다면 이렇게 자신을 극진히 부양하며 특별한 기여를 한 자녀에게 고마움을 표시하기 위해 재산을 증여한 경우에도 그 증여재산이 유류분반환대상에 해당할까?○ 대법"나홀로 부양 대가로 받은 상속, 유류분 대상 아냐" 대법원은 이 사건에 대해 "위 생전 증여는 특별한 기여나 부양에 대한 대가의 의미로서, 이러한 경우 피고가 증여받은 부동산을 상속분의 선급으로 취급한다면 오히려 공동상속인들 사이의 실질적인 형평을 해치는 결과를 초래하므로, 피고의 특별수익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한편 이 사건은, 평생의 반려자였던 아내에게 남편이 주택을 증여한 경우에, 그러한 생전 증여는 △배우자의 기여나 노력에 대한 보상 내지 평가 △실질적 공동재산의 청산 △배우자의 여생에 대한 부양의무 이행 등의 의미도 담겨 있으므로 그러한 한도 내에서는 특별수익에서 제외할 수 있다는 판결과 일맥상통한다고 볼 수 있다.그러나 위 대법원 판결에 의할 경우 사실심 입장에서는 어느 범위에서 생전 증여를 특별수익에서 제외할 것인지를 판단하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다. 만약 유류분을 계산할 때 어느 상속인의 기여분을 고려할 수 있다면, 굳이 위와 같이 생전 증여를 특별수익에서 제외시킬 필요는 없을 것이다.그러나 기여분은 상속재산분할심판에서만 주장할 수 있을 뿐 유류분반환소송에서는 주장할 수 없고, 유류분을 산정함에 있어서 기여분을 공제할 수도 없기 때문에 위와 같은 방식으로 구체적 타당성을 기한 것이라고 생각된다.<법무법인 트리니티 대표변호사, 법학박사 김상훈>오현아 기자 5hyun@hankyung.com
김상훈 변호사 / [법률신문 월요법창] 어느 상속변호사의 꿈
미국 뉴욕의 상속전문변호사 '벤'은 부유한 고객들의 자산관리와 승계를 도와주며 많은 돈을 버는 성공한 변호사이다. 벤은 원래는 어린 시절부터 사진작가가 되는 것이 꿈이었으나 아버지의 반대로 변호사가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내가 이웃집에 사는 사진작가 게리와 불륜에 빠진 것을 알게 된다. 벤은 게리의 집에 찾아가 말싸움을 벌이던 중 우발적으로 그를 살해한다. 벤은 게리의 시신을 숨기고 몬태나로 도망친 후 게리로 위장하여 살면서 젊은 시절에 접었던 사진작가의 꿈을 펼치게 된다. 더글라스 케네디의 인기소설 '빅픽쳐'의 초반 줄거리이다.나 역시 상속분야를 주된 업무로 하는 변호사이지만, 원래 꿈은 변호사가 아니었다. 심지어 법대에 들어가서도 법조인이 될 생각이 없었다. 나는 원래 기자, 특히 문화부 기자가 되고 싶었다. 내가 좋아하는 미술, 음악, 공연 등을 마음껏 즐기면서 그에 관한 글을 쓰는 직업이야말로 너무나 멋진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좀 더 나이가 들어 세상 물정을 알고 난 후에는 기자보다는 방송국 피디, 특히 라디오 방송국의 클래식 프로그램을 맡는 피디가 되고 싶었다. 청취율에 신경 쓸 필요 없이 하루 종일 내가 듣고 싶은 음악만 골라 들으면서 월급이 나오니 이 얼마나 환상적인 직업이란 말인가?그러나 결국 어쩌다 보니 변호사가 되었고, 부모님으로부터 상속받을 것이 없음을 깨달은 나는, 대신 다른 사람들이 상속받는 것을 도와주며 돈을 버는 상속변호사가 되었다. 이제 나의 소박한 꿈은, 아주 부유하면서도 법률비용을 전혀 아끼지 않는 '고매한 인격자'를 의뢰인으로 두는 것이 되었다. 내가 어린 시절의 꿈을 이루기 위해 어떤 문화부 기자나 방송국 피디를 제거할 수는 없는 노릇이고, 그렇게 한다고 해서 꿈이 이루어지는 것도 아닌 만큼, 아주 현실적인 꿈을 꾸고 있는 것이리라. 그러나 지금도 혼자서 미술관이나 갤러리, 콘서트홀을 어슬렁거리는 나는 아무래도 몽유병 환자인 모양이다.김상훈 대표변호사 (법무법인 트리니티)